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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중에서 ▒ 감정에 복받쳐 울고 있을 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은 못 듣는다. 아이가 우는 동안에는 조용히 아이의 감정을 느끼는 일에만 전념하고, 울음이 잦아든 후에 말을 건네야 한다. p16 ▒ 내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방법은 상대방 아이를 혼내주거나 그 부모에게 따지는 게 아니다. 마음을 기대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버팀목으로서 아이가 느낄 수 있게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런 뒤에 상대가 왜 그랬을지 함께 생각해보고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거다. p20 ▒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기분이 나쁜 일, 화가 나는 일에 대해 '나는 기분 나쁘고 화가 난다' 하고 분명히 표현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야 .. 2022. 5. 30.
茶와 同情 - 최영미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2022. 5. 24.
「어린이라는 세계」중에서 ▒ 어린이의 허세는 진지하고 낙관적이다. 그래서 멋있다. 결정적으로 그 허세 때문에 하윤이가 옥스퍼드(또는 케임브리지)에 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바다 건너까지 유학을 가겠는가. 어린이의 '부풀리기'는 하나의 선언이다. '여기까지 자라겠다'고 하는 선언. pp27~28 ▒ 슬프고 두려운 일이지만, 가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애쓰다 멍드는 아이가 어딘가에 늘 있다. p33 ▒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 2022. 5. 23.
돌아오는 길 - 홍성란 네가 감추려는 것 이미 알고 있으니 거짓말 안 해도 돼 그냥 믿어줄 테니 이것이 사는 법이라고 웃지 않고 웃었네 2022. 5. 23.
裸木 -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 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2022. 5. 17.
간이역 - 김선우 내 기억 속 아직 풋것인 사랑은 감꽃 내리던 날의 그애 함석집 마당가 주문을 걸듯 덮어놓은 고운 흙 가만 헤치면 속눈썹처럼 나타나던 좋 · 아 · 해 얼리꼴레 아이들 놀림에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해ㅡ 흙글씨 새기던 당두마을 그애 마른 솔잎 냄새가 나던 이사오고 한번도 보지 못한 채 어느덧 나는 남자를 알고 귀향길에 때때로 소문만 듣던 그애 아버지 따라 태백으로 갔다는 공고를 자퇴하고 광부가 되었다는 급행열차로는 갈 수 없는 곳 그렇게 때로 간이역을 생각했다 사북 철암 황지 웅숭그린 역사마다 한그릇 우동에 손을 덥히면서 천천히 동쪽 바다에 닿아가는 완행열차 지금은 가리봉 어디 청공일 한다는 출생신고 못한 사내아이도 하나 있다는 내 추억의 간이역 삶이라든가 용접봉, 불꽃, 희망 따위 어린날 알지 못.. 202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