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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중에서 ▒ 초고를 작성할 때, 내가 음식물쓰레기통에서 넘쳐흐른 거만 같은 문장을 써내려가는 까닭은 거기에 내가 묘사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쓴다는 게 고작 "그녀는 질투심이 강한 여자였다. 자존심도 센 여자였다" 같은 문장들이다. 이건 소설의 문장이 아니라 시놉시스의 문장이다. 투자자들 앞에서 PPT로 스토리를 보여줄 때나 필요할까, 소설책에서는 판권란에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종류의, 뭔가 시큼한 냄새에다가 걸쭉한 액즙, 그리고 흐물흐물한 건더기 같은, 이 꼴로 봐서는 곧장 음식물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게 상책인 문장이다. 초고에는 이런 문장들이 가득하다. 경험상 말하자면, 적어도 일주일은 이런 문장들을 쏟아내야만 소설의 문장을 얻을 수 있다. pp34~35 ▒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내가 찾아내려고 하는 .. 2023. 2. 10.
「아이디어 블록」중에서 ▒ 명사와 동사의 선택에 집중하라. 글이 분명해진다. ▒ 하루에 몇 페이지나 쓰는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연필 1번부터 7번까지 번호를 매겨놓고 그중 두 자루 정도 닳아 없어져야 하루 일을 했다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 시대 작가인 폴 오스터는 천천히 쓰는 편이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심혈을 기울여 썼다면 만족해한다. 매일 쓰는 양을 정해놓는 작가도 있다. 범죄 소설 작가 엘모어 레너드는 하루에 6~8페이지를 써야 일어난다. 톰 울프는 꼬박 10페이지를 쓴다. 톰은 "강제로 써야 좋은 글도 나온다."라고 말한다. 강제로 써라. 일단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2,500단어가 될 때까지 무조건 써라.(보통 A4용지 한 장에 250 단어가 들어간다) 마지막 페이지를 끝낼 때까지 수정하지 마.. 2022. 8. 11.
「지구 끝의 온실」중에서 ▒ 낡은 차가 덜컹거리며 오르막 흙길 앞에 멈춰 섰다. p9 ▒ 그는 어둠 속에서 도망치는 우리를 향해 총을 여러 발 쏘았다. 그러면서 울부짖는 들개처럼 악을 질렀다. p128 ▒ 하지만 돌핀이 폐허를 빠져나왔을 때, 아마라가 조종 장치를 붙잡은 채 울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들이 내게 해준 말도 기억하려고 했다. 아무것에도 마음 붙이지 말고 그냥 어디로든 도망치라고, 그러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로 죽는 거라고. 마지막으로 그 이름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티야나, 마오, 스테이시, 그리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 다 잊어버릴 이름들이었다. p135 ▒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물기 어린 공기였다. 세찬 .. 2022. 8. 1.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중에서 ▒ 감정에 복받쳐 울고 있을 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은 못 듣는다. 아이가 우는 동안에는 조용히 아이의 감정을 느끼는 일에만 전념하고, 울음이 잦아든 후에 말을 건네야 한다. p16 ▒ 내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방법은 상대방 아이를 혼내주거나 그 부모에게 따지는 게 아니다. 마음을 기대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버팀목으로서 아이가 느낄 수 있게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런 뒤에 상대가 왜 그랬을지 함께 생각해보고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거다. p20 ▒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기분이 나쁜 일, 화가 나는 일에 대해 '나는 기분 나쁘고 화가 난다' 하고 분명히 표현해낼 필요가 있다. 이것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야 .. 2022. 5. 30.
「어린이라는 세계」중에서 ▒ 어린이의 허세는 진지하고 낙관적이다. 그래서 멋있다. 결정적으로 그 허세 때문에 하윤이가 옥스퍼드(또는 케임브리지)에 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바다 건너까지 유학을 가겠는가. 어린이의 '부풀리기'는 하나의 선언이다. '여기까지 자라겠다'고 하는 선언. pp27~28 ▒ 슬프고 두려운 일이지만, 가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애쓰다 멍드는 아이가 어딘가에 늘 있다. p33 ▒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 2022.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