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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

by 꿈의 페달을 밟고 2022. 8. 9.

- 최영미


거리에서 여행가방만 봐도
떠나고 싶어

세계지도를 펼치면
거기쯤에 있을 것 같아
내가 떠나온 고향이

흥분의 지퍼를 밀고 당기고
가방 속에 아침과 저녁이 들어왔다, 나갔다
자면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다

그날이 다가오면
이미 진이 빠져

터미널에 내려
무서운 자유의 광풍이 불면
전 생애를 끌고 어그적 어그적,
하룻밤 잘 곳을 찾아

다음날 아침에는 지도를 보며
새로운 도시를 정복할
구두의 끈을 단단히 조였다

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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