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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얼음

by 꿈의 페달을 밟고 2022. 6. 8.

- 정해종

 

 

 

황홀하지?

그대에게 출렁이는 남극의 황금빛 일몰을 보여주고

미끄러지듯 그대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

뜨거운 그 무엇이 역류할 때, 죽여주지?

온더락스 유리욕조에 투명한 알몸 담그고

쇼걸처럼, 내 비록 그대 눈 앞에서 몸 흔들고 있지만

내 속살의 투명함이 유리잔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내 속의 투명한 뜨거움이 알콜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뜨거움 속에 도사리고 있는 나의 독기가

취기와 다르다는 걸, 그대는 모를걸

내가 먼 빙하기로부터 흘러왔다는 사실도

어차피 밀실의 운명이지만, 인기척 없는 깊은 계속

쩡쩡 얼어붙은 빙판아래 잠든 열목어 새끼들을 깨우고

그 여리고 여린 것들과 흐르고 싶었던 순정한 꿈들이

이따금씩 그대의 어금니 사이에서

으드득 으드득 씹혀진다는 것도, 그대는 모를걸

정말 모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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