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종
황홀하지?
그대에게 출렁이는 남극의 황금빛 일몰을 보여주고
미끄러지듯 그대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
뜨거운 그 무엇이 역류할 때, 죽여주지?
온더락스 유리욕조에 투명한 알몸 담그고
쇼걸처럼, 내 비록 그대 눈 앞에서 몸 흔들고 있지만
내 속살의 투명함이 유리잔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내 속의 투명한 뜨거움이 알콜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뜨거움 속에 도사리고 있는 나의 독기가
취기와 다르다는 걸, 그대는 모를걸
내가 먼 빙하기로부터 흘러왔다는 사실도
어차피 밀실의 운명이지만, 인기척 없는 깊은 계속
쩡쩡 얼어붙은 빙판아래 잠든 열목어 새끼들을 깨우고
그 여리고 여린 것들과 흐르고 싶었던 순정한 꿈들이
이따금씩 그대의 어금니 사이에서
으드득 으드득 씹혀진다는 것도, 그대는 모를걸
정말 모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