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림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그가 내 낭군이면 그를 만났으면 좋겠어
호롱불의 누드를 더듬고 핥고
회오리바람처럼 엉키고
그게 엉켜 봤자라는 걸 알고 싶고
섹스보다도 섹스 후의
갓 빤 빨래 같은 잠이 준비하는 새 날
새 아침을 맞으며
베란다에서 새의 노랫소리를 듣고
승강이도 벌이면서 함께 숨 쉬고 일하고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삽십삼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