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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by 꿈의 페달을 밟고 2022. 5. 13.

   우울증 환자가 다른 우울증 환자의 자살 소식을 듣고 "전우가 죽는 느낌"이라고 자주 표현해서 그랬던 건지, 내가 하는 말의 맥락을 듣고 맞춘 건지 모르겠지만 정신과 의사는 내 말을 듣다가 "전우"를 콕 짚어 말했다. 일전에 남편의 후배의 사망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던지,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얼마나 무서웠던지는 잘 알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통 연결고리가 없는 그 사람의 사망 소식에 내가 왜 그렇게 슬퍼한지는 전혀 몰랐다. 그거였다. 전우의 사망. 그리고 그게 지금 내가 걱정스러운 이유인 듯하다.

 

 


   나는 또 한 달치 약을 처방받아왔다. 가방에서 김중혁의 소설과 정신과약이 흔들거린다. 저 수십 알의 약을 삼켜야한다고 생각하니 일순간 지겨움이 몰려온다. 몇 달을 더 먹어야하는 걸까. 의사는 점점 올해를 넘기지 않는 걸 목표로 하자고 하는데. 2주간 똑같은 약을 먹고 괜찮으면 3주차에는 신경안정제를 빼고 먹으라고 했다. 처음으로는 불안약을 뺐고 이제는 신경안정제 차례다. 마지막까지 남길 약은 항우울제라고 했다.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할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빌어먹을 소설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문학상을 탈 것도 아니고 하나 완결이나 지어보자는 건데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더럽게 어려운 작업이다.

 

 


   작업. 작업. 포트폴리오 작업. 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미저리를 골랐다. 그런데 미리 단어 찾아놓는 과정에서 천천히 소리내어 읽다보니 스티븐 킹이 너무 천재여서 몸에 닭살이 오소소 오른다. 아이가 아파서, 부모님댁에 다녀오느라, 어린이집이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되어 등등 가정보육을 하다보니 작업을 못했다. 미룬 자의 핑계겠지.
잠을 줄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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