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8 괜찮다 - 내가 수시로 상기해야 할 것은 바로 내 아이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끝없이 아이에게 내 유년시절을 투영하고 있다. 내가 받았던 상처를 아이에게 주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알다시피 내 아이는 나와 다른 사람이다. 동일시하면 안 된다. 나는 어린 나를 키우는 게 아니다. 나는 나와는 다른 한 어린 사람을 돌보고 있다. 그걸 잊으면 안 된다. - 흔들리지 않는 나무 같은 남편을 만나 다행이다.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 다행이다. 바다 위의 나뭇잎배 같은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현실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러니 내 현실은 참 괜찮은 것이다.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 아이는 나와 함께 장기하, 장범준, Harry Styles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이 또한 복이다. 2023. 12. 11. 아들에게 나의 네 살 아기. 엄마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나는 네가 부서지기라도 할까, 네게 금이라도 갈까 걱정에 바들바들 떨며 너를 키우고 있어. 하지만 너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너의 성장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것 같아. 내가 너에게 상처 줄까 봐, 그런 일 없게 하려고 애썼던 것이, 노심초사하는 내 마음이, 결국 네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겠지. 육아 전문가들,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안 그래도 방송에 나와서 여러 번 강조해. 아이의 신경증은 엄마의 불안에서 온다고. 그런데 나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거든. 그래서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불안도를 낮추려고 해. 오늘 너는 아침에 더 누워있고 싶다고 미적미적거렸지. 이렇게 쓰고 보니 네 살 아이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구나. 나는 너를 시간 내에 어린이집에 갈 .. 2023. 6. 22. 지원에게_2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도, 계속 안아달라고 해도 넌 요즘 짜증을 내지 않아.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해. 요즘 잘하고 있어. 청소도 부지런히 하면서 힐링 효과도 보고있지. 훌륭해. 이제 운동을 하자. 살을 빼야해. 콜레스테롤 수치나 무릎에는 살을 빼는게 최고로 중요하대. 아들의 삶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건강하자. 까먹어질듯 하면서도 안까먹어지는 발표일을 생각하면 너도 계속 신경쓰고 있나봐. 하지만 아무일 없이 금요일이 지나가버린다해도 너에겐 아무런 타격이 없을 거야. 일단 제출을 했으니까. 네 선에서 할 일은 다했고 그만큼의 심적인 보상을 받았으니까. 다시 써봐. 다시, 또 다시. 2023. 6. 14. 지원에게 괜찮아. 너는 무서웠고,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어. 그때의 너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병신 같다고 스스로 말하는 그런 모습, 그건 너 맞아. 하지만 누구든 그렇게 병신 같을 때가 있어. 겁이 많이 나면 그럴 수 있어. 너를 부끄러워할 거 없어. 네 삶은 현재진행형이야. 네 지나간 시간들로 너를 판단하지마. 너에겐 아들이 있지. 그야말로 바라보기만해도 사랑스러운 아들이야. 그 아들은 널 많이 닮았어.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들도 네 일부야. 너는 아들에게 있어 일순위의 사람이야.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넌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받고있어. 지금 네 모습 그대로 말이야. 주눅들어있는 네 내면의 아이의 등을 두드려줘. 2023. 6. 8.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너를 사랑할 수도 있고 너를 미워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너를 비웃지는 마. 비웃음 같은 콧방귀보다는 더 진심으로 널 대해줘야해. 2023. 4. 19. 나의 아름다운 글쓰기 과제 7월 중순, 엄마는 하숙집을 열었다. 나는 엄마가 시킨 대로 달력을 그려 방문마다 붙였다. 같이 놀 친구가 있나, 붓글씨와 독서가 취미이던 엄마가 붓과 책 대신 종일 고무장갑 아니면 걸레만 쥐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이왕 하는 김에 엄마가 좋아하는 파란색 A4지 위에 흰색 펜으로 달력을 그려서 방마다 붙였다. 점심식사에 참석하는 날에는 동그라미를, 그렇지 않은 날에는 아무 표시도 하지 말라고 써두었지만 대학생 언니오빠들은 동그라미를 그린 날에도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나가버리거나 동그라미를 그리지 않은 날에도 표시한다는 걸 깜빡했다면서 등장했다. 여덟 명 모두 온 날도, 한 명도 안 온 날도 있었다. 8월이 되어도 언니오빠들은 변한 게 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미대 언니 한 명은 “어머니 도와드.. 2023. 4. 18. 이전 1 2 3 4 ··· 10 다음